'98%가 반대'하는데 왜 안 바뀔까? 중소기업 협동조합 연임 제한의 속사정
무슨 일이 있었나요?
부산에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이 뭉쳐서 이런 성명을 냈어요.
"임원 연임 제한, 당장 폐지해라!"
그리고 현장 설문 결과를 공개했는데, 무려 98.4%가 폐지에 찬성했다는 겁니다.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치예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반대가 심한데도 법은 그대로입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잠깐, 협동조합이 뭔가요?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좀 낯설 수 있어요. 간단히 설명하면 이래요.
동네 치킨집 5곳이 모였다고 상상해보세요. 혼자 닭고기를 사면 비싸지만, 5곳이 합쳐서 한꺼번에 주문하면 단가가 내려가잖아요. 이렇게 비슷한 업종의 작은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 조직이 협동조합이에요.
실제로 하는 일은:
- 공동 구매 — 원자재를 같이 사서 단가를 낮추고
- 정보 교류 — 업계 동향, 정부 지원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 공동 마케팅 — 혼자는 못 하는 홍보를 같이 하고
- 정책 건의 — "우리 업종은 이런 게 필요해요"를 정부에 전달
한마디로 **"혼자서는 약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으려고 만든 팀"**이에요.
그럼 연임 제한은 뭔가요?
이 협동조합에도 대표(이사장)가 있어요. 그런데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이사장은 일정 횟수 이상 연속으로 할 수 없다."
대통령이 5년 단임인 것처럼, 조합장도 너무 오래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둔 거예요.
왜 이런 법을 만들었냐면:
-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하면 권력이 집중될 수 있고
-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조직이 활력을 얻고
- 잘못된 운영이 있어도 교체가 안 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취지
말만 들으면 합리적이죠. 그런데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예요.
왜 현장에서 이렇게 반발할까?
1. "우리가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인데, 대표도 우리가 정하게 해달라"
협동조합은 정부가 만들어준 게 아니에요. 조합원들이 자기 돈으로, 자발적으로 만든 겁니다. 마을에서 부녀회장을 뽑는데 국가가 "3번까지만 해"라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비슷한 논리예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잘하고 있으면 계속 시키고, 못하면 우리가 알아서 바꿀 텐데 왜 법으로 막느냐"**는 거죠.
2. "대체할 사람이 없다"
대기업은 인재 풀이 넓어요. 임원이 바뀌어도 후보가 줄을 서죠. 그런데 동네 중소기업 협동조합은 사정이 다릅니다.
조합장은 보통 무보수거나 소액의 수당만 받아요. 자기 사업 하면서 봉사 차원으로 하는 건데, "해보겠다"는 사람 자체가 드물어요. 그런 상황에서 잘하고 있는 사람을 연임 제한으로 내보내면, 후임을 찾지 못해서 조합 운영이 공백에 빠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 거래처와 수년간 쌓은 신뢰 관계가 끊기고
- 정부 보조금 신청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빠지고
- 새 조합장이 적응하는 데만 1~2년이 걸리는
이런 비용이 고스란히 조합원(중소기업 사장님들) 부담이 되는 거예요.
3. "대기업 단체는 제한이 없는데, 왜 우리만?"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이에요.
- 대한상공회의소 — 연임 제한 없음
- 전국경제인연합회 — 연임 제한 없음
- 중소기업 협동조합 — 연임 제한 있음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자유롭게 대표를 뽑는데, 정작 더 영세하고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 조직에만 규제를 거는 구조라니.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반대로, 연임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 논리는?
98.4%가 폐지를 원한다고 해서 반대 의견이 틀린 건 아닙니다. 유지해야 한다는 쪽도 나름의 근거가 있어요.
"장기 집권하면 결국 사유화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떠올려보세요. 회장이 10년 넘게 바뀌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관리비 집행이 불투명해지고,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협동조합도 마찬가지 우려가 있어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변화가 생긴다"
같은 사람이 오래 하면 안정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에는 소극적이 될 수 있어요. 특히 디지털 전환, 온라인 판로 개척 같은 변화에 기존 리더가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견제 장치 없이 풀면 위험하다"
연임 제한을 없애면서 동시에 감사 강화나 투명성 제도를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제한만 풀어달라"는 요구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 폐지하자는 쪽 | 유지하자는 쪽 |
|---|---|
| 현장 자율성을 존중해야 | 장기 집권은 조합 사유화 위험 |
| 유능한 리더를 계속 쓰자 | 새 리더가 와야 변화 가능 |
| 대기업 단체와 형평성 | 견제 장치 없이 풀면 위험 |
이게 나한테 무슨 상관일까?
"나는 협동조합 같은 거 가입한 적도 없는데?" 싶을 수 있어요. 근데 의외로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물건 가격에 영향
동네 빵집, 반찬가게, 세탁소 같은 소상공인들도 협동조합을 통해 재료를 공동 구매해요. 조합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면 구매 단가가 내려가고, 그게 결국 우리가 사는 물건 가격에도 영향을 줘요. 반대로 조합 운영이 흔들리면 단가가 올라가겠죠.
동네 가게들의 생존력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협동조합이 거래처를 연결해주고, 공동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지역 축제 때 같이 부스를 내는 등의 역할을 해요. 조합장이 자주 바뀌어서 이런 네트워크가 끊기면, 결국 동네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같은 연임 제한 대상이에요. 이 자리는 정부와 중소기업 사이에서 "우리 업계는 이런 지원이 필요합니다"를 전달하는 핵심 창구인데, 대표가 계속 바뀌면 정책 연속성이 떨어지고, 결국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성명서 하나로 법이 바뀌지는 않아요. 실제로 바뀌려면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합니다.
1단계: 국회 법안 발의 국회의원이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내야 해요. 아직 구체적인 발의 소식은 없는 상태예요.
2단계: 중소벤처기업부 입장 표명 정부 소관 부처가 "검토하겠다"고만 할지, 실제로 개정을 추진할지가 갈림길이에요.
3단계: 전국 확산 여부 지금은 부산에서 시작된 움직임인데, 이게 서울·경기, 다른 광역시로 퍼지면 정치적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져요. 총선을 앞두고 있다면 더더욱요.
4단계: 대안 제시 "그냥 풀어달라"보다 "연임 제한은 없애되,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겠다" 같은 대안이 함께 나와야 합의가 빨라질 겁니다.
한 줄 요약
중소기업 협동조합 연임 제한은 "권력 견제"와 "현장 자율" 사이의 줄다리기. 98%가 원한다고 바로 바뀌는 게 아니라, 견제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열쇠입니다.
출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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